류연미, 『한국 청년의 노동-금융 주체성 형성 과정: 제도, 담론, 실천을 중심으로』
요약문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한국사회에서 청년은 새로운 ‘금융 주체’로 급부상하였다. 자산가격의 폭등과 유동성 확대 속에서 청년층의 대거 금융시장 유입은 일시적인 투기 열풍을 넘어 이들의 일상적 삶의 문법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구조적 변화를 가져왔다. 노동소득의 증가율이 자산가격의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에서, 청년들에게 금융투자는 선택적 부의 증식 수단이 아니라 위태로운 삶을 방어하기 위한 ‘제2의 노동’이자 필수적인 생존 조건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본 연구는 청년의 금융실천을 도덕적 해이 혹은 탐욕적 투기로 타자화하는 기존 담론과 달리, 이를 금융 자본주의의 지형에 적응하기 위한 주체의 합리적 노력과 실존적 분투로 상정한다. 이에 본 연구는 ‘노동-금융 주체성(labor-financial subjectivity)’이라는 핵심 개념을 제안한다. 이는 노동소득을 자산 증식을 위한 ‘시드머니’로 전환하고, 역으로 금융 수익을 통해 불투명한 노동의 미래를 방어하려는 상호 구성적이고 역동적인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주체성을 의미한다. 본 연구의 목적은 제도적 책임화, 담론적 자기최적화, 행위자의 실천적 조율이라는 세 가지 층위에서 이 새로운 주체성이 형성되는 사회학적 기제를 규명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금융실천에 참여 중인 청년 노동자 심층면접, 정부 금융정책 문서에 대한 비판적 담론분석, 대중적 투자·재테크 미디어 콘텐츠의 서사분석, 그리고 서울시 ‘영테크 클래스’에서의 참여관찰을 포함한 다각적 질적 방법을 활용하였다.
연구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제도적 층위에서 국가는 청년의 빈곤과 불안정을 구조적 모순이 아닌 개인의 금융이해력 결핍으로 진단하며, 생존의 책임을 개인의 리스크 관리 능력으로 전가하는 ‘책임화’의 환경을 조성해왔다. 팬데믹 이후 청년 금융정책은 취약계층 보호에서 보편적 자산형성 지원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였으며, 공공 금융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경제적 행위를 규범화하는 통치 기제로 작동하였다. 국가는 ‘투기 방지’라는 도덕적 훈육과 ‘금융수익 창출’이라는 기술적 역량 함양 사이의 이중적 메시지를 발신하며, 주거나 노후 같은 생애과업을 공적 보장이 아닌 개인의 투자 역량으로 해결해야 할 대상으로 재설정하였다. 둘째, 담론적 층위에서 금융적 자기계발 문화는 계급적 불평등을 개인 노력의 방향 전환을 통해 극복 가능한 서사로 재구성하며, 주체들을 ‘소비자-노동자’에서 ‘생산자-투자자’로 이행하도록 촉구한다. 투자를 불로소득의 추구가 아닌 자아실현을 위한 필수적 도구이자 도덕적 실천으로 재의미화하는 이 담론적 기제는, 청년들로 하여금 금융화된 지형을 불변의 환경으로 수용하게 하며 그 안에서 최적화된 자아를 구축하는 것이 유일한 합리적 선택임을 문화적으로 정당화하였다. 셋째, 행위자 층위에서 청년들은 노동과 금융이라는 이질적인 장의 시간·논리·정동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잡으며, 자신을 서로 다른 리스크와 수익률을 지닌 자산 묶음처럼 관리하는 ‘포트폴리오적 자아’를 구축하고 있었다. 대다수 연구참여자에게 투자는 탐욕이라기보다 붕괴된 노동의 약속을 대체하고 존엄한 삶을 방어하기 위한 ‘마지못한 금융화’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실천은 ‘시드머니’의 위계에 따른 시간 주권의 불평등으로 귀결되어, 결과적으로 구조적 불평등을 개인의 자산관리 능력에 따라 재분배하고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었다.
이론적으로 본 연구는 노동과 금융의 상호 구성적 관계를 규명하고, 주체성 형성을 거시적 통치성에 의한 일방적 포섭이 아닌 양방향적 조율 과정으로 포착하며, 청년의 금융투자를 붕괴된 표준적 생애주기를 복원하려는 전기적 실존 전략으로 재해석하였다는 점에서 함의를 가진다. 실천적으로는 청년의 경제적 취약성을 개별 행위자의 금융역량 미달로 치환하는 현행 정책의 ‘결핍 모델’이 갖는 근본적 한계를 지적한다. 청년의 능동적 투자 실천은 안정적 소득 기반의 위축과 자산 불평등의 고착화라는 구조적 요인 속에서 사회적 리스크의 개인화 과정이 드러내는 실증적 징후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 청년들의 ‘전략적 순응’이 개별 주체의 실존적 실패로 고착되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노동가치에 대한 사회적 재평가와 더불어 적극적 금융시장 참여가 생애 재생산의 필수 조건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안전망의 재설계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