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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인사말

비판사회학회 회원 선생님들께 인사드립니다.


2025년도 비판사회학회 운영은 내용과 형식의 측면에서 다음 두 가지 기조에 집중하겠습니다.


우선, 내용의 측면에서, 차기 학회는 학회가 사회학과 사회과학의 다양한 비판 패러다임들 사이의 활발한 교류와 토론, 그리고 논쟁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비판사회학회는 ‘비판’이라는 단어를 학회 이름으로 사용하는 다소 특이한 학회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비판이라는 용어를 학회 이름으로 사용하는 학회는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간호학에서 critical care 학회, 미국 사회학에서 critical sociological association 정도가 있습니다. 비판사회학회의 특이성은 비판이라는 보통명사를 고유명사처럼 사용하는 학회라는 사실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나 지역 같은 보통 명사를 연구 주제로 삼는 문화사회학회나 지역사회학회 등과 같은 학회와는 달리, 비판사회학회는 보통 명사로서의 비판을 연구 주제로 삼는 연구자들의 학회라 보기 어렵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비판사회학회에서 비판은 한국사회학회의 ‘한국’처럼 고유명사의 성격이 분명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비판을 보통명사로 이해하면, 사실 비판적 연구를 하지 않는 사회학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사회정치 제도를 비판하려는 욕구는 모든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사회학자의 작업은 이러저러한 형태의 비판적 작업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이 비판사회학회의 비판에 다른 형태의 비판과 구분시켜 주는 고유 명사적 의미를 부여할까요? 저는 그것을 비판사회학회의 비판이 칸트적 비판 혹은 초월적 비판이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비판 혹은 내재적 비판을 지향한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칸트적 초월적 비판이 구체적 역사 과정을 초월하여, 인간과 사회에 관한 추상적이고 초역사적인 보편 법칙을 밝히려는 노력이라면, 내재성의 평면에서 이루어지는 비판은 현실의 역사적 과정 속에 뿌리를 내리고, 역사의 불확정성과 임의성을 드러내는 것을 지향하는 비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과학에서 이처럼 초월적 비판이 아니라 내재적 비판을 추구하는 작업은 대체로 고유명사로서의 비판적 연구 패러다임으로 평가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이론, 마르크스의 역사 유물론적 사회비판, 니체와 푸코의 계보학적 사회비판, 네그리와 들루즈의 포스트모던 좌파이론, 신체를 사회비판의 새로운 지형으로 확장한 페미니즘과 신물질론 등이 대표적인 사회비판 패러다임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 비판 패러다임들 사이의 긴장과 갈등이 결코 사소한 것일 수만은 없겠지만, 저는 우리 비판사회학회가 최근 20여년 간 이처럼 다양한 사회비판 패러다임을 함께 아우르는 학술적 실천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고 믿으며, 우리 학회가 내년에도 그러한 문화와 전통을 더욱 발전시키고 풍성하게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다음으로, 학회 운영의 형식과 관련하여, 차기 학회는 회원들의 학회 소속감과 연구 네트워킹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한 조직 작업에 헌신하겠습니다. 2024년 현재 우리 학회는 약 250명의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고, 대부분의 회원들은 학회지 <<경제와 사회>>에 논문을 투고하거나 춘계와 추계 학술대회에서 논문을 발표하고, 다양한 토론회와 콜로키움에 참여하거나. 운영위원회 및 편집위원회에 결합하는 등의 학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회원들의 활동 중에서 차기 학회는 학술대회와 토론회 그리고 콜로키움을 더욱 활성화하는 일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회원들의 강한 헌신이 요구되는 학술지 경제와 사회 논문 발표와 운영 위원회 활동은 이미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와 사회는 연구재단의 우수등재지로 자리잡았고, 운영위원회의 헌신적인 활동은 비판사회학회를 한국 사회학의 대표적인 학회로 만들었습니다.


이에 비해, 최근의 학술대회나 토론회는 한편으로는 회원들이 자신들의 연구 실적을 등록하는 장으로만 형식적으로 활용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운영위원회가 기획한 세션 중심의 자족적 행사에 머무르는 모습도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학회 회원은 운영위원회에 결합하는 매우 헌신적인 회원들과 일 년에 한 두 건의 논문을 학회지나 학술대회에 발표하는 것 이외의 부가적인 헌신성을 별로 갖지 않는 회원들로 크게 양분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25년 학회가 운영위원회를 분과체계로 전환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분과체계는 첫째, 회원들 사이의 잠재적 유대 관계를 개인적 친소 관계를 넘어 전공 분야의 근사성을 중심으로 현실화하고, 둘째, 이러한 학술적 유대를 통해 학회의 학술대회나 콜로키움을 조직하고, 셋째, 분과 구성원 내부의 연구 소모임을 활성화하고, 넷째, 분과 회원들의 공동 연구 프로젝트 수행의 산파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1월 1일
이항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