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빈, 『한국의 저출생 대응 정책에 대한 비판적 담론 연구: 인구 패러다임을 넘어서』
요약문
본 논문은 지난 20년간 한국 정부가 추진해 온 저출생 대응 정책 담론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기존의 ‘인구 패러다임’을 넘어설 새로운 대안적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하며 사회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으나,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하락 추세는 반전되지 않았다. 본 연구는 이러한 정책 실패의 원인이 저출생 현상을 단순한 통계적 수치로 환원하여 관리하려는 실증주의적 정책 기조와 국가 중심의 인구 패러다임에 있음을 지적한다.
본 논문은 이론적·방법론적 틀로 비판적 실재론과 비판적 담론 분석을 결합하고 정책연구에 적용한 ‘비판적 정책연구’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정책 담론 이면에 실재하는 심층 구조와 인과 기제를 규명하고, 저출생 대책을 둘러싼 인구주의, 국가주의, 성장주의, 도구주의 등의 담론 구성체를 해부하였다.
분석 결과, 역대 정부의 정책은 시대별로 상이한 패러다임을 표방했으나 다음과 같은 한계들을 노정했다.
1. ‘일-가족 양립’ 패러다임(1~3차 기본계획): 여성이 일과 ‘가족(생활)’을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듯 보이나 실제로는 정상가족 모델을 전제하며 돌봄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였다. 이를 통해 여성을 인구 재생산 관리의 대상으로 위치시켰다.
2. ‘삶의 질’ 패러다임(4차 기본계획):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을 전면에 내세우며 가치 측면에서 시존보다 진일보했으나, 여전히 인구 감소를 개인의 재생산권 문제의 반영이 아닌 국가의 위기로 보는 국가주의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또한 성소수자ㆍ장애인ㆍ이주민 등 소수자의 인권ㆍ재생산권을 주변화했다.
3. 윤석열 정부의 저출생 대응 정책: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목 하에 고소득층과 정상가족 중심의 지원을 강화하여 불평등을 심화시켰으며, 성평등 정책의 후퇴와 돌봄 부담의 소수자 전가 심화(최저임금 미만의 이주가사노동자 제도 추진 등)라는 퇴행적 양상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기존 저출생 대책들이 특정 계층(중산층 이상 정상가족) 중심으로 구조화된 ‘역진적 복지’이자 ‘(새)맬서스주의적 복지 국가’의 특성을 띠고 있음을 비판한다. 나아가 대안으로 저출생 위기를 ‘인구 위기’가 아닌 ‘재생산권의 위기’로 재정의하고, 사회정의에 기반한 ‘인권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제안한다. 이는 ‘일-가족 양립’을 넘어 돌봄 가치를 제고하는 ‘일-돌봄 균형’ 전략 및 사회적 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 방향성이다. 즉 한국 정부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통합적 사회정책으로 나아갈 것을 제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