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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후기

제목

청년을 포착하려던, 하지만 유의미하길 바라는, 또 한 번의 실패 ― 2019년 춘계학술대회 후기

작성자
김성윤
작성일
2020.04.25
첨부파일0
조회수
207
내용


기본적 합의 만들기

모종의 사회적 책임감과 학문적 궁금증이 있을 것이다. 청년에 대해서 말이다. 한국 청년들이 힘들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됐지만, 대체 어떻게 힘든지 그리고 어째서 힘든지에 대해서는 한번쯤 짚어보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그러다보면 어쩌면 청년 그 자체가 문제적인 형상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청년이라는 세대론적 표상은 과연 합당한 것일까, 그리고 2010년대의 그들은 사회경제적인 피해자이기만 한 것일까, ….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질문들과 마주하는 한에서만 ‘비판’이라는 것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4월 27일과 28일 포스텍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한국사회 청년읽기’)를 통해 몇 가지 논점들을 통해 풀리지 않는 의문에 응답하고자 했다. 

한국사회의 청년을 읽는다는 것, 그리고 청년들이 직접 한국사회를 읽는다는 것이 이번 학술대회의 주목적이었다. 물론 청년 문제가 세계의 어떤 핵심을 건드리는 차원을 가진다고 해서 청년 담론을 특권화하자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오늘날의 청년 담론은 무수한 다른 논점들을 가로지르고 있기에 유의미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이것은 청년-비청년의 세대 문제만큼이나 계급과 불평등, 젠더와 섹슈얼리티, 종족성과 지역 등의 문제 역시 더 이상 부차화될 수 없다는 인식과도 통하는 것이다. 적어도 대회에 등록한 100여명의 참석자들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했기 때문에 한데 모였을 것이다.

다만 대회를 앞두고 공동주최와 후원을 맡았던 포스텍 융합문화연구원 송호근 원장의 신문 칼럼이 소동을 일으켰던 일은 잠시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방학썬’ 같은 성범죄 문제가 한국사회구조에 배태된 성폭력 문화를 가리킨다는 것이 학회원들의 일반적 견해임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칼럼은 그와 같은 문제화 방식이 “희망을 샘솟게 하는 … 미래 한국”을 향한 도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담았다. 이로 인해 결국 몇몇 토론자들이 대회 참가를 보이콧했고, 고심 끝에 주최측은 해당 연구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송원장에게도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되짚어보면 이번 일은 비판사회학의 담론장이 사회 정의와 비판적 사유에 대한 기본 합의를 갖추는 한에서만 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재삼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청년을 교차하는 사회적 선분들

지식, 비평, 담론 같은 것들이 정치적인 이유 중 하나는 진짜로 정치적일 수 있는 사유의 지점들을 때때로 주변화한다는 데 있을 것이다. 청년 담론의 해법은 바로 이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나 싶다. 오늘날 청년들로부터 기존 질서에 대한 불신,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과 분노 등이 감지되는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그럴수록 ‘그들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그들로부터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획세션 <한국사회 청년읽기>와 기획대담 <청년, 한국사회를 말하다>는 각각 그런 문제의식의 소산이었던 셈이다.

물론 의도가 제대로 실현됐느냐 하는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평가가 어렵다. 기획세션에서는 청년을 둘러싼 고용 현실, 남성성, 페미니스트 인식, 정치의식 등으로 논제를 범주화하려는 전략이 엿보였다. 그러나 청중의 토론처럼 ‘지역적 차이’ 등의 논점까지 포괄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다행히 (대회 전체적으로는) 서울대 SSK 팀의 특별세션 <서울 밖 청년의 삶, 꿈 그리고 터전>을 통해 지역 논점이 보완되기는 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우연적인 조우였을 것이다. 오전 시간의 특별세션에서 <지역경제위기와 대안 모색>의 자리가 있기도 했지만 주최측의 문제의식이 유기적으로 맞물리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재고의 여지가 남는다. 그동안의 숱한 토론을 통해 청년 담론이 남성적 형상으로 과잉 표상돼왔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 것은 무척 다행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사는 세계는 지역 문제를 비롯해 여전히 더 많은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야심차게 시도한 기획대담은 토크쇼 형태를 의도했던 것이었는데 학회라는 성격 때문인지 형식적 혁신에 있어서는 언제나 미숙함이 드러난다. 대담자가 예상했었다고 농을 섞어 말했던 것처럼 여느 토론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분위기였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내용적으로는 오늘날 청년들의 내적 차이와 전체적인 공통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예컨대 성별 대립의 양상이 압도적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그와 동시에 공정성에 대한 감각 등 이들이 함께 터하고 있는 특정한 시대정신 같은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바로 그런 한에서 비판적 사유의 길이 개방될 테니 말이다.


어느 토론자는 사회적 가치들을 중심으로 하는 당위론적 접근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일련의 규범주의적 접근들은 현실에 대한 해명이나 해법에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할뿐더러 그 자체의 담론적 효과로 인해 문제를 더 어려운 방식으로 꼬이게끔 하곤 한다. 물론 우리는 일체의 당위와 규범을 거부했을 때 나타날 파멸적 효과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다. 이를테면 규제적 이념 없이는 그 어떤 역동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현실 그대로의 청년, 담론적으로 재현되는 청년, 그리고 (연구자에 의해) 사회적 기대를 받는 청년, 그들의 사이는 그만큼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인다. 결국 마치 기다렸다는 듯 어떤 대답이 뒤따라온다. 우리는 청년이라는 붙잡을 수 없는 형상을 포착하는 데 있어 또 한 번의 실패를 겪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것이 유의미했던 것이길, 하는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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